사람이 태어날 때
자신의 성격과 취향과 부모님 즉 유전형질과
환경인 국가와 지역과 경제적 조건을
설계하거나 선택하여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냥 우연히 그런 조합이
곧 내가 된 것 뿐입니다
그 이전에
내가 태어나는 것 자체가
내가 정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배고플 때
어떤 음식을 먹을지는 내 선택이지만
내가 언제 배고플지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신체 컨디션이
배고픔을 느끼게 만드는거고
나는 그냥 배고픔을 당하는 것입니다
어떤 음식을 고르는 것 조차도
해당 상황에서 거리와 시간상 그리고 비용상
가능한 것만을 고를 수 있고
그 선택지들 중
결정의 중요한 요소인 입맛 또한
내가 이런 입맛이 되어야지...하고
정한 것이 아닙니다
유전형질과 신체컨디션과
그동안의 경험에 의한 결과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들 역시
그냥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근거가 있는 것이고
그 근거들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란 마치 연극 무대이며
나의 의지는 그냥 관객이면서
사고책임자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영화가 아니라 연극이기 때문에
연기자들과 연출가는 관객의 눈치를
실시간으로 보긴 할 것 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좋고 싫음을
어느정도 표현할 뿐이지
그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즉 인생에서의 관객은
연극의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 선택권이 없는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에
관객으로 강제로 넣어진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극장에
예를 들어 화재가 나면
그 책임을 다 져야합니다
그게 곧 죽음이겠죠
그런게 아니더라도
만일 그 공연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된다면
그것도 관객이며 사고책임자인 내가
감당해야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과
원터솔져라는 마블 영화에서
세뇌당한 주인공들은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범죄와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죄를 짊어지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뇌 당한 사람이 아니라 해도
특별히 더 자유로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짜피 나의 모든 부분을
내가 선택하여 만든 것이 아니니까요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미 다 짜여있는 것에 싸인하는 것
결국 결재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집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든
나쁜 결과가 나오든
전에도 썼지만 어린 시절에
열자 양주편에 나오는 내용들을 읽고
깊이 공감 했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일생동안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다는 것
지금은
그런 자유로운 시간 자체가
존재하는게 가능한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삶이 잘 안 풀리더라도
자기 못난 탓이 아니니
스스로를 벌주지 말고
삶이 잘 풀리더라도
자기 잘난 탓이 아니니
겸손해야 할 것입니다
명상에서
또는 선종에서
알아차림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결재 말고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알아차림 일 것 입니다
아 지금
이 연극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알아차리지 못할 땐
연극에 심취하여
내가 관객인지 조차 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연극은 언젠가 끝날 것이며
극장은 문을 닫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연극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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